Minimalist sheet music with one note and surrounding empty space.

음표 사이의 멈춤

음악은 소리일 뿐만 아니라 침묵이기도 합니다. 음표 사이의 멈춤은 음표 자체만큼이나 멜로디를 형성합니다. 공간이 없다면 소리는 리듬도, 숨 쉴 공간도 없습니다.

일본 미학에서 이러한 멈춤은 '마(ma)'라고 불립니다. 이는 간격, 틈, 형태를 부여하는 공허함을 의미합니다. '마'는 부재가 아니라 현존입니다. 침묵의 건축, 의미를 제자리에 고정하는 틀입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속 여백은 낭비가 아니라 필수적입니다. 시의 행간이나 셔츠의 단어 주변 여백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러한 여백이 메시지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입니다.

ichinichi.studio에서는 멈춤이 디자인의 일부입니다. 셔츠는 한 단어를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주변의 침묵은 그 단어에 무게감을 더합니다. 인쇄되지 않은 것 역시 인쇄된 것만큼 중요합니다.

음표 사이의 멈춤은 주의가 예리해지는 순간입니다. 의미가 머무는 순간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