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위의 그림자
도시에서는 빛이 다르게 굴절됩니다. 유리창에 반사되고, 강철을 통과하고, 골목길로 사라지고, 갈라진 보도를 따라 부드럽게 퍼져 나갑니다. 가장 평범한 거리도 햇살이 가로지르며 콘크리트에 선명한 그림자를 남기면 갑자기 캔버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림자는 부재가 만들어낸 그림입니다. 비상구, 자전거, 신호등, 나무의 형태를 띱니다. 세상을 흑백으로 평면화하고, 잡동사니를 깔끔하고 그래픽한 선으로 줄입니다. 한눈에 도시는 미니멀해집니다.
이치니치 스튜디오에서는 그림자가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재 대피 계단은 기하학적인 형태를 띠고, 창문의 격자는 구조로 변합니다. 지나가는 인물은 실루엣으로 녹아듭니다. 거리에서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은 직물 위에서는 오래도록 지속됩니다.
콘크리트는 단순한 표면이 아니라 기억입니다. 콘크리트를 가로지르는 그림자 하나하나는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기며, 도시가 살아있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그림자를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 자체를 알아차리는 것과 같다. 시계 없이 시간을 표시하는 도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