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의 하늘
위를 올려다보면 도시는 또 다른 층을 드러낸다. 지붕 위, 창문 위로는 전선들이 하늘을 가로질러 뻗어 있다. 그것들은 장식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전력, 신호, 연결을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선들이 얽히면서 그것들은 또 다른 무언가, 즉 우연한 선화로 변한다.
도쿄에서는 좁은 골목길 위로 전선이 촘촘히 얽혀 마치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모양으로 휘감기고 꼬여 있습니다. 뉴욕에서는 전선이 기둥 사이에 무겁게 매달려 무게감에 축 늘어져 하늘을 기하학적 조각으로 자릅니다.
어수선해 보이는 것도 다른 관점에서는 시적인 것이 됩니다. 선들은 붓놀림처럼 교차하며, 탁 트인 공간을 일종의 그림으로 만들어냅니다. 그 어수선함은 또한 지도이자, 머리 위의 움직임과 에너지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치니치 스튜디오에서 이 와이어들은 선과 패턴에 대한 우리의 매혹을 반영합니다. 아름다움은 반드시 깨끗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혼돈조차도 그 나름의 고요한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선으로 이루어진 하늘은 지평선에 휘갈겨 쓴 도시의 손글씨입니다.